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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나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설득하는 방법

by 토론왕 2023. 8. 1.

세상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뉴스 채널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아니, 스쳐 지나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 동안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는 문제 중 대부분을 잊어버린다. 생각해보자. 친구들과 대화하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문제 상황을 얘기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문제들에 관해 얘기하곤 한다. 또 가족을 만났을 때도, 어떤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문제 상황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관심이 없는 상황들도 존재할뿐더러 모든 문제 상황을 짚고 넘어가게 된다면 우리는 피곤해서 편한 대화조차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누워서 핸드폰을 하던 중 수많은 포털사이트에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오는 문제 상황, 출근길에 옆사람의 휴대폰을 통해 보이는 포털사이트의 문제 상황, 직장에 출근해 직장 동료들과 나누는 문제 상황, 상사의 잔소리 속에 숨은 어떤 문제 상황 혹은 개인적으로 겪은 문제들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잘못되었다는 상횡 판단, 이러한 수많은 문제들을 몇 시간 후에도 기억하고 있는가? 매일 마주하는 현상에 대해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가? 아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기도 힘들 것이다. 
토론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문제의 주요 원인을 잘 찾아냈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데는 문제를 묘사하는 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심각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을 하나씩 알아보자.
단순화하기
문제나 문제의 분석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묘사할 때는 최대한 단순화해 전달해야 사람들이 말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와 내용, 어휘를 단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듣기를 포기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유실된 산림 면적이 2천 940만 헥타르라고 문제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1초마다 축구 경기장 하나 면적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1개월마다 서울시와 같은 면적의 산림이 유실되고 있다고 묘사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사람들은 직접 보지 않으면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이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그건 우리가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라, 내 앞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서, 또는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볼 기회가 없어서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제를 묘사할 때는 청중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도록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어느 정도 그 문제가 와닿을 것이다. 동시에 시각 자료의 사용이 허용된다면 청중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관련 사진 등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제의 악화 추세를 보여주기
처음에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 사람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사소하게 시작된 문제일지라도 그 문제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면 현재의 심각성만 강조하는 것보다는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의 기온이 계속 상승했다는 주제를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문제 예로 들기
우리는 많은 것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판단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봉부터 빈곤이 초래하는 한 나라의 경제적 손실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비용과 편익을 수치화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어떤 문제가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강조하면 사람들은 그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다. 경제 논리에 따라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더 큰 경제적 손실이 있기 전에 해결해야 할 긴급한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성평등과 관련하여 큰 문제가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 '여성의 사회 참여와 능력 발현이 제한되는 현 상황으로 매년 6조 달러(2019년 기준 약 7000조 원) 혹은 전 세계 국민 소득의 7.5%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성차별 문제를 묘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는 세계 3위 경제국 일본의 GDP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을 입증하기
사람들은 하나의 이슈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인간은 본래 단기적이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우리 뇌 속에서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묘사할 때는 가능한 장 영향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하고,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묘사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쪼개서 분석하면 단기적 효과를 강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는 문제를 묘사할 때,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임을 설득해야 하는데, 논리적이지만 딱딱한 어조로 내용을 전달하면 누구도 그 문제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토론자의 첫 번째 관문이라면, 문제가 있음을 믿게 만드는 것이 다음 관문이다. 토론 경기에서건 현실 세계서건 우리는 이 관문을 수없이 넘어야 한다. 그리고 능숙하게 관문을 넘을 때야 비로소 유능한 토론자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