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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토론의 전체 맥락 파악하기, 3M 분석법

by 토론왕 2023. 7. 31.

토론회나 토론대회에 참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토론 주제는 사전에 받았을 수도 있고, 당일 현장에서 알게 될 수도 있다. 상황이 어떻든 내가 잘 아는 주제가 나올 확률은 낮다. 모르는 주제에 관해 토론해야 하는 경우, 대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인터넷 검색이라도 하는 것이 걱정만 하는 것보다 낫 긴 하지만, 이 역시 토론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 체계 없이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을 검색하면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제 분석이 아닌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토론 주제를 분석할 때는 검색 전 나와 팀원의 사고력을 활용해 주제에 대한 최소한의 논리적 기틀을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이를 도와줄 토론 주제 분석법을 살펴보자. 이는 필자가 '3W 분석법'이라고 부르는 3가지 질문 분석법으로, 단시간에 토론의 맥락을 파악하고자 할 때 유용한 프레임이다. 즉흥 주제 토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며, 토론에서 우리 입장을 지지하는 논리의 틀을 구축하는 데 유용한 생각 도구이다. 
첫 번째 질문, Why: 이 주제에 대해서 왜 토론하는 걸까? 
해보자. 이 질문은 주제나 안건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제를 받으면 먼저 "이 주제에 대해서 왜 토론하는 걸까?", "주제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보자. 모든 토론 논제에는 해당 논제를 제시한 심사위원장(토론대회 기준) 혹은 담당자나 상사(실무 기준)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주제나 안건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핵심 쟁점 위주로 그에 맞는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세부 질문을 통해 다음 내용에 하나하나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파고들기보다는 가능한 한 아이디어 공유 차원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데 초점을 맞추고 주제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 현재 상황: 제시된 주제 혹은 안건과 관련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관련 이슈가 무엇인가?
 · 용어 정의: 주제 속 특정 단어나 용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 문제: 현재 상황에서 어떠한 문제들이 있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 정책(필요시): 어떤 해결 방안이 있을까? 
 -계획: 특정 기관의 구체적인 행동 방침
 - 행동 방침: 어떠한 일이 실행될 것인가?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
 - 주체: 누가 정책을 세울 것인가? 이 정책은 어디서 시행될 것인가?
 - 시행: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인가? 
'가짜 뉴스를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논제를 위 질문에 적용해 보자. 토론자는 논의를 통해 가짜 뉴스와 관련해 최근에 어또한 이슈가 있었는지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 동시에 '가짜 뉴스' 나 '규제'와 같은 논제의 주요 용어들을 정의함으로써 토론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주제와 관련해 어 떠한 문제가 있는지, 가짜 뉴스가 퍼지는 원인은 무엇인지 팀원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전자기기를 잠시 멀리하고 처음 몇십 분만이라도 스스로 사고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사고력이 몰라보게 향상될 것이다. 그리고 이 토론은 가치 토론이지만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라는 준 정책의 요소를 띠고 있으므로 정부가 어떤 식으로 규제해야 좋을지에 대한 논의도 간략하게 이어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책 토론만큼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현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 
두 번째 질문, What: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첫 번째 질문을 통해 토론 주제의 전체 맥락을 파악했다면, 주요 쟁점별로 무엇을 증명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토론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꼭 입증해야만 하는 주요 쟁점이 있다. 그러한 쟁점을 나열해보고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일은 토론을 일관성 있게 풀어나가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짜 뉴스를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돌아가면, '표현의 자유 대 공익'과 '규제로 인한 편익 대 비용'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만약 주제에 대한 나의 입장이 반대라면, 정부 주도로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것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설명과 증거를 통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옹호하는 입장의 증명 책임을 알고 토론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증명 책임을 정확히 알고 토론에 임하는 사람은 토론 내내 일관성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측에게 입중 책임을 전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어느 정도까지 상대측의 의견을 인정할지 전략적으로 파악해 논리적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Who: 어떤 이해관계자가 존재할까? 
위 두 질문을 통해 주제와 팀의 입장을 파악했다면,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입장 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토론에서 이해관계자란 주제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그러한 사람의 집단을 뜻한다. 모든 토론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개인, 집단, 기관,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인류와 관련된 것이다. 그렇기에 토론자는 주제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공감해야 하며, 나의 입장과 주장에 살을 붙여 구체적으로 논거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거나 심층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 장의 목적은 토론에 필요한 논리의 틀을 빠르게 정립하는 것이므로 관련된 사람들의 입장을 공감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방법을 시도해보자. 
논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 기관의 목록 작성하기 
먼저 논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과 기관의 목록을 작성해보자. 이때 연관되어 생각나는 사람이나 기관을 모두 적어 봐야 한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과정과 유사하다. '가짜 뉴스' 주제와 관련해 정부, 일반 시민, 청소년, 유튜버, 언론 매체, 정치인, 포털사이트, 학부모 등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모두 나열해본다. 그리고 대그룹과 소그룹으로 쪼개본다. 언론 매체라면 기존 언론과 인터넷 언론 매체 등으로, 인터넷 언론 매체 역시 정치 성향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논제와 관련된 사람과 기관에 우선순위 매기기 

다음으로 이해관계자 목록에서 주제와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혹은 미래에 영향을 받게 될 이해관계자를 찾아보자. 이때 팀원과 논의하여 주요 이해관계자를 걸러내야 한다. 애매한 이해관계자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관련이 없는 이해관계자를 제외해가며 논제와 깊이 연관된 이해관계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각 이해관계자에 공감해보기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면 공감력을 발휘해 해당 이해관계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만일 내가 그 사람이라면, 그 기관의 대표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질문을 던져보자.
 · 그들은 이 주제(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그들은 이 주제(정책)에 찬성할까, 반대할까?
· 찬성 혹은 반대를 왜 할까?
 · 이 주제(정책)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처럼 질문한다면 논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느낀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주제를 더욱더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논제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최종 평가하기 
위 모든 과정을 거쳤다면, 다시 토론자의 관점으로 돌아와 토론 주제가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해관계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보자.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면 고스란히 하나의 논거가 될 수 있고, 논거를 설명할 때 각 이해관계자의 분석 내용을 더하면 더욱 탄탄한 논거를 만들 수 있다. 3W 분석법을 활용해 논제를 분석하는 데는 20분에서 최대 50분이면 충분하다. 이 과정을 통해 토론자는 논제의 맥락을 파악하고 논리의 틀을 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