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는 저마다 의도를 품고 있다. 같은 사안을 다루더라도 각각의 관점과 목표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는 것이 논제이다. 이에 따라 논제의 주요 쟁점도 달라진다. 이러한 이유로 토론자는 논제 유형의 특성을 알고 토론에 임해야 한다. 주어진 토론 주제에 대해 아무런 관점 없이 접근하는 사람보다는 각 논제의 의도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토론에서 더욱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논제를 분석할 때 토론의 전체적인 맥락 잡기를 생략하고 바로 자료조사로 넘어가곤 한다. 선생님, 직장 상사, 심사위원 등 논제를 정한 사람의 의도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정보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다. 논제와 관련한 배경, 이슈 등 정보를 아는 것만큼 논제의 프레임과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데도 말이다. 같은 이슈를 다루는 논제라도 논제 유형에 따라 주요 쟁점과 프레임이 달라진다. 다음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예산보다 돈이 적게 든다.
·기본소득제는 필요하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이다.
· 장년층으로서 기본소득제를 지지한다.
· 기본소득제 도입을 후회한다.
· 예산이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이다.
위 예시들은 모두 '기본소득제'라는 동일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논제가 쓰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각 논제가 지향하는 목표와 주요 쟁점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다. 첫 번째 예시는 사실 논제이다. 이 토론에서 핵심 쟁점은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현 복지 예산보다 더 적다'라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두 번째 예시는 기본소득제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양측이 주로 기본소득제의 가치적 측면을 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예시는 기본소득제가 현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옳고 효과적인 방안인지 토론하도록 요구한다. 네 번째 예시는 모든 시민, 한 사회에 관점에서 토론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장년층이라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토론하도록 요구한다. 다음 예시는 기본소득제가 이미 도입되었다는 가정하에, 기본소득 제가 도입된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를 비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지막 예시는 가상 시나리오 논제로, 예산이 충분하다는 조건을 덧붙여 기본소득제의 장단점과 가치적 논의에 대해 주요 쟁점을 형성하고 있다.
·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예산보다 돈이 적게 든다. → 사실 논제 · 기본소득제는 필요하다. →가치 논제
·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이다. →정책 논제 · 장년층으로서 기본소득제를 지지한다. → 이해관계자 논제
· 기본소득제 도입을 후회한다. → 반사실 논제 · 예산이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할 것이다. →가상 시나리오 논제
물론 하나의 주제에서 복수 이상의 프레임과 쟁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논제 유형에 따라 전체적인 맥락과 토론을 분석하는 각도가 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논하는 내용의 비중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는 토론에서뿐만 아니라 업무, 수업, 공모전 등
여러 분야에도 적용된다. 직장이라면 상사의 의도에 따라 회의 안건이나 과제가 기술될 것이고, 수업이라면 선생님에 의도에 따라 토의 주제가 쓰일 것이고, 공모전 주제에는 출제자의 의도가 명확히 나타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파악한 사람이 논지에 맞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갈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논제의 유형을 이해하고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토론 실전 노하우
논리적 오류 찾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잘못된 생각이나 믿음에 근거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게는 그것이 논리적 오류인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토론에서도, 심지어 뉴스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논리적 오류는 논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식적 오류와 언어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비형식적 오류로 나눠진다.
그런데 논리학에 깊이 관심 있는 게 아니라면 각각의 논리적 유형을 모두 외울 필요도, 알 필요도 없다, 모든 논리적 오류를 공부하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몇 가지 논리적 오류를 파악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유념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언뜻 보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데도 대부분 끊임없이 논리적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토론자로서 우리는 이를 활용해 탄탄한 논거를 만들고, 상대방의 논거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자가당착의 오류
앞뒤의 주장이나 전제와 결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함으로써 일관된 논점이 없는 오류이다.
예: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혐오 표현은 가중 처벌해야 한다.
-인신공격의 오류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반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성격, 환경, 지위 등 주제와 관계없는 근거를 제시해 결론을 끌어내는 오류이다. 격렬한 논쟁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자주 일어난다.
예: 그의 이론은 전혀 믿을 수 없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피장파장의 오류
상대방도 자신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므로 자신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오류이다. 잘못된 주장이나 행동했음에도 다른 사람도 잘못했으므로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을 잘못된 관습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이 오류에 해당한다.
예: 내가 횡령한 돈은 철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대표하기 어려운 한 개 또는 몇 개의 특수한 사례를 들어 전체가 그 사례와 같은 특성이 있다고 일반화하는 오류이다. 토론에서 논거를 설명할 때 자주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예: (해외 마트 계산대에서) 여기 사람들은 물건을 계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게으른 민족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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