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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청중의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주는 이정표 제시하기

by 토론왕 2023. 8. 2.

팀원 간의 협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논리 관계에 따라 묶고, 명분과 실리의 측면에서 논거를 구성해 청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논리를 구조화했다면, 토론 대담을 할 모든 준비는 마친 셈이다. 이제 준비한 내용을 상대방과 청중에게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토론을 해나가면서 전달력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구조를 갖춰 말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미 논리 구조화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한 자신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토론에 임하면 자신이 그린 지도를 남들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이정표도 제시하지 않은 채 서론에서 본론으로, 한 논거에서 다른 논거로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토론자는 준비 과정을 통해 그린 지도를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청중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테면, 나 또는 우리 팀이 무엇을 주장할 것인지, 논거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어떠한 식으로 증명해나갈지 계속해서 청중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다른 사람이 필요한 서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류 묶음에 라벨지를 붙이는 작업과 유사하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청중을 설득하는 데 도움을 준다.
 
 ① 청중에게 정보의 맥락을 미리 알려주어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내용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② 청중이 놓친 정보를 다시 한번 강조해 정보의 누락이나 왜곡을 방지한다.
 ③ 청중에게 논거의 구성을 알려주어 놓은 거를 명료하게 만든다.
 ④ 청중이 정보를 해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돕는다. 

이처럼 구조를 갖춰 말하면 실전에서 전달력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처음 토론을 접하는 학생을 만나 보면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건 이렇고요, 저건 저렇고요... 아 맞다! 그리고 또 하나, 그건 이랬어요..."라고 두서없이 말을 많이 해서 해하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구조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자기 생각을 전달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사람의 특징은 자기 머릿속에서만 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이미 말할 내용을 수도 없이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 말이 이해하기 쉽겠지만, 처음 그 내용을 듣는 사람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다음의 몇 가지만 유념해도 자기 전달력을 배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서론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간단하게 밝히자
 · 오늘 제가 말씀드릴 것은 ··에 관한 것으로 저는 3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 · 다른 하나는 : 마지막으로 관한 것입니다. 

서론에서 말할 내용을 순서대로 제시해 청중에게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측하게 함으로써 좀 더 주의를 집중시키고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동시에 듣는 내용의 맥락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치 어떤 문제를 풀 때 배경지식을 알면 더 수월하게 지문이 읽히거나, 목차를 보고 나서 책을 읽으면 이 해가 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주요 내용에는 숫자를 붙이자
 · 첫째로는 둘째로는 ··· 

핵심 메시지 간, 논거 간에는 앞에 숫자를 붙여서 내용의 전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대담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청중은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집중하게 된다. 

복잡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을 둘로 쪼개거나 주요 내용 안에서도 구조를 갖추자 
 · 첫 번째 논거는 2가지 측면에서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하나는 ···에 대한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학교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에서 학교의 문제점을 첫 번째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다면, ① 관리의 측면과 ② 예산의 문제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론에서 주요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자
 · 제가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하나둘 마지막으로 ···입니다. 따라서 ···

이때 각각의 논거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설명해주면 더 좋다. 가능한 한 최소한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써서 나의 주장을 이해시켜야 한다. 

구조를 갖춰 말하기는 토론에서 꼭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오가는 역동적인 토론에서 청자는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토론에서 입론과 반론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 무슨 내용을 어떤 순서로 말할지 이정표를 제시해주면 청중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간혹 자신의 논거를 전개하다가 갑자기 상대방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청중은 둘의 부조화를 인지하고 혼란스러워야 할 것이다. 그 연사의 전달력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서론에서 대담의 개요를 제시했다면, 개요 순서대로 대담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서론에서 어떤 내용을 입증한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청자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특히 토론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서론에서 제시한 내용까지 기록하므로, 주요 논거를 제시했음에도 그것을 빼먹거나 전개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안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간혹 구조적인 말하기가 딱딱하다며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사람이 있다. 딱딱함은 어조와 어휘를 적절하게 사용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발음이 명료하고 어떤 말을 해도 귀에 꽂히는 목소리와 말맛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구조 없는 말하기로는 청중을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토론 대담을 할 때 모든 단계에서 이정표를 제시해보자. 큰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더욱 명확하게 주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