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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언어 전달법

by 토론왕 2023. 7. 29.

발표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정하는 것이다. 어떤 메시지에 청중이 집중하기를 원하는지, 발표를 끝냈을 때 청중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청중은 수동적인 존재이다. 대부분 사람은 발표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최소한의 집중력만을 사용해 발표 내용을 이해하길 원한다. 주제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가 높고 청중이 발표에 집중하더라도 청중은 원하는 것, 혹은 이해하기 편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발표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제약을 인정하고, 의도한 대로 주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정말 중요하니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정공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주요 메시지에 이렇게 말하면 발표의 흐름이 끊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몸과 언어 등 모든 수단을 적절히 써 주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연단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하는 일은 밴드가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것과 유사하다. 밴드의 연주자가 기타, 베이스, 드럼 등 각각의 악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모든 악기가 잘 어우러질 때야 비로소 좋은 공연이 완성되듯, 발표자 역시 청중을 대면하고 청중의 반응을 살피며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발표자에게 있어 목소리와 몸이 밴드 공연에서의 악기에 해당하는데, 악기는 언어적 요소(목소리)와 비언어적 요소(몸)로 나뉜다. 
먼저 언어적 요소인 호흡과 발성, 발음 등을 잘 훈련하면 말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호흡과 발성 
발표할 때 제대로 호흡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호흡과 발성은 말을 전달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말할 때 우리는 숨을 내쉬는데, 발성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 호흡은 발성으로 이어지므로 제대로 호흡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탁한 소리가 나거나, 심한 경우 일종의 음 이탈을 하게 된다. 이는 노래를 잘하는 원리와도 같은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음절마다 안정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기자, 가수들이 평소 복식호흡을 하는 것처럼 발표할 때도 복식호흡을 하면 명확한 발성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호흡을 할 수 있다면 그다음으로 목소리 크기를 체크해야 한다. 이때는 맨 뒤에 있는 사람 혹은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까지 발표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게 소리를 내야 한다. 
대부분 앞에서 3번째 줄까지 잘 들릴 수 있도록 발성을 조절하는데, 이 경우 말의 힘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발표 전 뒤에 있는 사람도 잘 들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말했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약간의 에코로 돌아오는 정도로 목소리 크기를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발표 내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만 기억해도 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발표할 때 자신의 자세를 확인해야 한다. 여러 강의에서 실습을 시켜보거나 심사하다 보면 구부정한 자세로 발표하는 사람이 많다. 잘못된 자세는 가슴을 통해 이어지는 숨의 흐름을 방해해서 전달력을 낮추므로 되도록 허리와 어깨를 펴고 곧은 자세로 말하는 게 좋다. 어깨를 활짝 펴고 숨을 적당히 들이마신 후에 맨 뒷사람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발표를 해보자. 
발음 
명확하게 발음하는 것은 대화와 발표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발음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발음만 명확히 해도 전달력을 배 이상 높일 수 있는데 말이다. 볼펜을 물고 연습하는 등 여러 발음 훈련법이 있지만, 말할 때 발음을 제대로 하는지 의식만 해도 발음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발표할 때 가능한 한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면, 발음 문제의 상당수가 해결된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발음까지 교정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입을 거의 벌리지 않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어가 아닌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리고,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참을성 없는 청중은 이내 듣기를 포기해버린다. 반면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전달되어 청중은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하면 비언어적 요소가 강화된다. 청중은 귀로 듣지 않더라도 눈으로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청각 정보에 시각 정보를 더해 말의 명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입을 거의 다물다시피 하고 말하는 것은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얼굴의 상당 부분을 가리고 대화하면 발음, 음량 능 다른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입 모양 과 표정을 볼 수 없어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들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 많은 부분이 보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목소리를 크게 하고 정확하게 발음하는 데만 집중해도 전달력이 높아질 것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니 자신의 호흡, 발 성, 발음에 항상 유념하자. 
목소리를 활용해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다음으로는 상대방이 계속해서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알 수 있도록 역동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의 '쉼 기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쉼 기법'이란 발표 중간에 잠시 말을 멈추는 것이다. 청중은 발표자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쉼으로 강조하면 중요한 부분을 돋보이게 만들고, 요지를 더욱 효 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입니다. 
·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 사회의 책임입니다. 
만약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사회의 책임'이라면, 첫 번째 예시처럼 쉼 없이 말하는 것보다는 두 번째 예시처럼 잠시 말을 멈추어 청중의 이목을 끄는 것이다. 간혹 발표할 때 말을 멈추는 것을 절대 해서는 안 되며, 청중에게 나쁜 인상을 준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쉼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이다. 또 무슨 말을 할지 까먹었을 때 고요함을 이기지 못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이라면, 당황하지 말고 보조 자료를 찾은 후에 발표를 이어 나가면 된다. 발표자에게 침묵 느껴지는 것이지 청중에게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니 부담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고저 
말의 높낮이를 이용해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이때 말끝을 반복적으로 올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말끝을 반복적으로 올리면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이거나 다소 격식 없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말 습관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반면 문장 끝을 내리면 권위가 느껴져 발표자가 자신이 하는 말에 확신이 있다는 인상을 줘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강약 
말소리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함으로써 청중의 관심을 끌고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보통 크기의 목소리로 말하다가 강조해야 할 부분이나 단어에서 크게 말하거나, 반대로 목소리를 확 줄여 전달력을 높이는 것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유명 강사나 종교 지도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말에 생동감을 주어 자연스레 청중의 집중도가 올라간다. 
속도 
말하는 속도를 조절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말이 느리면 발표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게 된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느리게 말하다 보니 발표자의 말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 반면, 말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알아듣기 어렵고, 듣는 사람은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기 힘들다. 유독 토론 대회에서 말을 빠르게 하는 발표자가 많은데, 이는 설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조할 부분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말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속도를 올리며 '말의 속도에 변화를 줘서' 지루함을 없애고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