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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주는 비언어적 전달법

by 토론왕 2023. 7. 29.

누군가의 발표를 듣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학교 수업이어도 좋고, 회사 동료의 발표여도 좋고, . 강연이어도 좋다. 이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발표자의 말과 PPT 자료 등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말과 자료 외에도 우리의 이해도, 기억력, 홍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있다. 바로 비언어 요소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몸짓에 다각도로 영향을 받는다. 미국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은 그의 저서에서 말하는 내용의 무려 55%가 신체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고 발표했다. 물론 비언어적 요소가 메시지와 관련이 있고 보완할 수 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청중이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운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목소리를 활용해 전달력을 높이는 방법에 더해 이번에는 몸을 활용해 내가 하는 말의 전달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자. 
시선 처리 
발표할 때 발표자의 시선은 청중을 향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누군가와 눈을 맞추어야 한다. 시선을 청중에게 두면 3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하나는 청중에게 발표자로서 자신감 있는 인상을 주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청중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중과 교감함으로써 청중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 눈을 맞출 때는 한 사람에게 시선을 두되, 한두사람에게만 고정해서는 안 된다. 청중이 불편해할 수 있으므로 3~5초 정도 시선을 유지하고, 가끔은 청중 전체를 쓱 훑어보며 골고루 시선을 나눠야 한다. 시선의 방향을 바꿀 때는 눈이나 목만을 돌리지 말고 가슴도 함께 움직여 청중을 바라봐야 한다. 
자세 
시선 처리와 마찬가지로, 말할 땐 몸도 항상 청중을 향해야 한다. 파워포인트 장표가 있는 발표의 경우 장표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뒤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청중에게 자기 뒤통수가 보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발표 준비 과정에서 암기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때 슬라이드의 세부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 뒤돌아보는 습관을 지닌 사람도 있다. 한 지자체와 함께 인문학 콘서트를 개최했을 때의 일이다. TED 방식의 공개 발표 심사를 하는데, 참가자 중 상당수가 아무 이유 없이 계속 슬라이드를 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발표의 개요를 숙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모습은 매우 불안정해 보였고, 몇몇 발표자는 그 빈도가 너무 심해 전달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발표할 때 반복적으로 슬라이드나 아무것도 없는 칠판을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면 자세부터 고치도록 하자. 
동선 
발표 전 객석을 향해 가상의 V 존을 만들어보자. 발표 중에는 이 V 존 안에 90% 이상의 청중을 들어오게 하고 청중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좋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V 존을 조정하며 청중을 마주해야 한다. 또한 모든 동선에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청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인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서인지 움직이는 데도 의도가 필요하다. 특히 하나의 주요 메시지에서 다른 주요 메시지로 넘어가거나 대비되는 예시를 제공할 때 움직임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면 청중이 더욱 쉽게 발표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손동작 
제스처는 말하는 내용을 생생하게 만들어주어 발표자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제스처 혹은 하나의 제스처만 반복하는 것은 산만한 인상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 3가지 주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숫자를 손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다. 기본적인 제스처에 익숙해지면 평소 좋아하는 연사의 강의, 발표를 눈여겨보면서 그들의 손동작을 벤치마킹해도 좋다.

내가 준비한 발표의 청중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한 손에는 노트를,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고 발표를 듣고 있다. 이때 발표자가 단조로운 톤으로 발표 자료를 읽기만 한다면 그 많은 정보 중 어떤 내용이 핵심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반해 발표자가 중요한 부분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목소리 크기를 키우는 등 역동적으로 말한다면 발표자와 핵심 내용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다.
발표자는 언어 악기와 비언어 악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몇몇 악기를 조합해 더욱 효과적인 대담을 할 수 있다. 발표자의 역할은 몸의 악기를 잘 사용해 청중이 자기 말에 최대한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 말을 상대방이 이해하게끔 하고, 발표의 핵심을 잘 전달해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발표를 잘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무엇을 말할지 일종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 내용을 구상하고 그중 주요 내용을 간추린 후 스피치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원 페이지 스피치 개요서'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A4용지 한 장을 준비해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눠보자. 비중은 보통 2 : 8 : 2 정도가 적당하다. 서론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을 제시하며 발표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 이때 질문이나 예상치 못한 문제를 제기하면 좋다. 본론에서는 주제를 다시 3개의 핵심 메시지로 나누고, 하나하나 설명을 해나가자. 이때 자신의 의견과 사실은 구분해야 하며 이 둘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핵심 메시지를 다시 한번 요약 정리하거나, 서론에서 제시한 이야기를 맺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모든 내용을 다음 형식에 맞춰 한 장에 정리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흐름이 더욱 명쾌하게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서론(Opening)
                                                 -일화 소개
            -청중의 관심이나 발표 주제로 관심을 유도하는 질문 또는 문제 제기
                                                 본론(Body)
            핵심 메시지 1               핵심 메시지 2             핵심 메시지 3
            -하위 메시지                 -하위 메시지              -하위 메시지
            -부연 설명                    -부연 설명                  -부연 설명
                                                 결론(Conclusion)
                                               -개관 또는 요약
                                                    -행동 유도
                                                  -인상적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