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능력은 논리력과 표현력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그 내용을 적절하게 표현할 줄 모른다면 전 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표현력, 즉 설명을 잘하는 능력은 나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중 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설명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대화나 토론에서 자기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무분별하게 자료만 인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경우 파편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데서만 그치니 청중은 더 대체 말의 요지가 무엇인지, 제시하는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득력 있는 토론자가 되려면 자료를 모으는 것 이전에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논리를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줘야 한다.
주요 단어는 풀어서 설명하자
한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해석하곤 한다. 바로 여기서 화자와 청자 간 혼란이 생긴다. 발표자가 A를 의미하며 A라는 단어를 제시했어도, 듣는 사람의 지식 체계, 경험에 따라 B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직장인 C가 옆자리 동료에게 "지금 치킨을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 경우 C가 의견을 잘 전달한 것일까? '지금 당장'이라고 시점을 제시해준 것은 좋았지만, C는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치킨'에는 많은 종류가 있어서 상대방은 '프라이드치킨'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훈제 치킨'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지금 @치킨을 먹고 싶어"라고 말했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수많은 발표, 토론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어떤 분야에 대해 지식이 많을수록 전공 용어, 업계 용어 등을 일반 청중에게 그대로 사용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청중은 단어를 듣고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화자가 의미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하고 만다.
주요 단어를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요. 단어나 용어가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한 정의를 제시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게임 중독 질병 분류' 이슈를 주제로 토론한다면 '게임 중독'의 정의는 무엇인지, '질병'의 정의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한 단어가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그 단어를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와 관련된 토론에서 '채식주의자'를 언급할 때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비건 (Vegan)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지, 고기만 먹지 않는 '페스코 (Peso) 채식주의자'를 뜻하는지 정확히 풀어줘야 말의 명확성을 높일 수 있다.
익숙한 것으로 낯선 것을 설명하자
사람들은 새로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때 더욱 잘 이해한다. 누구나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는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알고 있는 지식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정보를 해석하는 렌즈와 같다. 청중이 어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지 파악하면 적은 시간을 사용하면서 청중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소니코리아, 한국코카콜라 등 여러 다국적 기업의 CEO를 지낸 현 동원산업 이명우 대표이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몇 가지 경험을 사례로 이야기하며 '설명으로 설득까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명우 대표이사가 198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근무할 당시, 사소한 것에도 꼬투리를 잡는 무척 깐깐한 독일 바이어가 있었다고 한다. 바이어의 무리한 요구를 괘씸하게 여겼던 당시 상사는 '바이어가 서울에 오면 먹기 힘든 한식을 대접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한참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바이어에게 육회를 한국식 타르타르'라고 소개했다. '타르타르'가 유럽 사람에게는 이미 익숙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육개장을 '한국식 굴라기 수프'라고 소개하며 먹어볼 것을 권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국 음식을 바이어에게 익숙한 독일 음식에 빗대어 소개했기 때문이다.
"상사의 말을 거역할 수도 그렇다고 바이어에게 강제로 먹일 수도 없고, 그래서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영화에서 봤던 타르타르스테이크가 떠올랐고, 굴라기 수프의 경험도 생각났죠. 바이어가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들과 같은 뿌리의 음식이라고 소개하니, 거부감이 없었던 거예요. 대화의 상대방이 누구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죠. 다행히 그 바이어는 우리의 뜻을 간파했는지 그 후 더 이상 무리한 클레임이 없었어요(웃음)."
이처럼 비유를 통한 설명은 설득력을 높이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비유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청중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익숙한 것을 찾아내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맥락을 들어서 설명하자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연달아 있다'는 뜻의 '맥락(man)은 쉽게 말해 말하는 것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나 관계를 의미한다. 맥락에 따라 말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므로 맥락은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령, 똑같은 말을 같은 말투로 하더라도 상황이 다르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맥락은 크게 '사회문화적 맥락'과 '상황 맥락'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특정 공동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 유의해야 하는 맥락이다. 이를테면,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전 세계 토론자들이 모이는 국제 토론대회에서는 특정 문화에서 통용되는 함축적인 설명을 지양하고, 가능한 한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맥락 안에서 설명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의미의 혼동 없이 설득력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 상황에서는 화자와 청자, 의도와 목적에 따라 구성되는 상황 맥락이 더욱 강조된다. 특히 자기 생각을 빙 돌려서 표현하는데 익숙한 문화권에 사는 우리는, 적어도 토론할 때만큼은 이러한 상황 맥락을 파악해 맥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논 거를 설명할 때, 전체 맥락에서 설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중간중간 알려줘야 청중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맥락을 들어 설명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은 주제에 대한 청중의 지식수준이다. 내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청중이 사전 지식이 없다면 . '왜'를 더 강조하고, 그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어떻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학에서 토론 동아리원을 모집하는 작은 설명회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설명회를 듣는 대상이 토론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이라면 '토론을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토론하면 또는 우리 동아리에 가입하면 좋은 이유', 즉 '왜'에 대한 비중을 늘려 설명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것을 배우기 전에 그것을 배워야 하는 동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명할 때는 맥락을 고려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청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명심한다면, 주요 단어를 풀어서 설명하고, 익숙한 것으로 설명하고, 맥락을 들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언어로써 논리를 전개해나갈 때야말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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