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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생산적인 토론을 위한 5가지 요소

by 토론왕 2023. 7. 27.

토론의 필요성을 느껴도 막상 토론하려고 하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토론을 잘하려면 또는 진행하려면 토론하기 위한 요건이 필요한지 알아야 기본 환경을 구축할 수 있고,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토론에는 최소 5가지 요소, 즉 2명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 논제, 쟁점, 논거, 토론 규칙이 필요하다.
1. 2명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 여럿이 모여 이룬 모임
2. (사실이 아닌) 논제: 논설이나 논문, 토론 따위의 주제나 제목
3. 쟁점: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점
4. 논거: 어떤 이론이나 논리, 논설 따위의 근거
5. 토론 규칙: 여러 사람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 또는 제정된 질서
먼저 토론하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토론은 상호 설득 과정이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쏟아붓는' 일에 집중하곤 한다. 이는 상대방의 의견은 안중에 없고 내 의견만 유창하게 내세우면 토론이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의 폐해이다. 토론은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 누군가와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논리를 들어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임을 기억하자.
다음으로 토론할 논제, 즉 '토론이 가능한' 주제나 안건 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토론이 가능한'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논제 선정이 중요한데,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토론 주제가 될 순 없다. 이를테면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자동성에 관해 토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라는 천동설을 믿었던 옛날에는 충분히 토론이 가능한 주제였지만, 지동설이 과학적 사실로 규명된 지금은 토론의 논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구는 아름답다'는 토론 주제가 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시다.
조금 더 질문의 난도를 높여, '지구가 아름다운지의 여부'는 논제가 될 수 있을까?
역시 답은 '그렇다'시다. 논제 자체가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생각을 요구하고 있으며, 개인마다 견해차가 있으므로 논제가 될 수 있다. 지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지만, 지구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지구는 원래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를 '대체복무제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논제에 적용해보자. 논제 자체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석하는 데 이견이 없고 양측의 첨예한 입장과 가치가 더욱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즉, 이 논제는 '토론할 수 있는' 주제이며, 이러한 논제가 있어야 우리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다.
'토론할 수 있는' 논제를 선정했다면, 다음으로는 논제와 관련해 명확하고 충분한 쟁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식의 토론으로 이어지기 쉽다. 쟁점이란 토론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좋은 토론 주제는 가치, 실현 가능성 등 각각의 분야에서 다양한 쟁점을 내포한다.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모든 주제에 대한 토론은 가능하지만, 충분한 쟁점이 없는 논제는 토론의 논의를 대폭 제한한다. 
'대체복무제 기간을 현역의 1.6배로 해야 한다'라는 논제를 보자. 실무를 담당하는 병무청 관계자에게는 대안 분석을 위한 의미 있는 토론이 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토론의 논제로는 충분한 쟁점을 형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토론의 범위를 '대체복무제 기간'으로 제한해 가치적 쟁점 등 다른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아무 주제나 정해 토론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대로 된 주제가 있어야 더 의미 있는 토론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우리의 사고력과 토론 역도 향상된다.
다음으로 토론에서 상대방, 청중, 혹은 심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거가 필요하다. 논거란 자신의 입장(찬성 혹은 반대)을 지지하는 거시적인 논리, 이유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합당한 논거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아무런 근거 없이 표현한 문장은 논거가 아니다. 장황하게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그 정책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 같아요. 인권은 중요한데 말이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나쁘니까 그 정책도 하지 말아야 해요. 인권은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의견일 뿐, 논거라 할 수 없다. 논리나 이유 없이는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논거 제시는 토론에서 최소한의 의무이다.
마지막으로 위 모든 요소를 잘 작동되게 하는 토론 규칙이 필요하다. 토론은 더 나은 의사 결정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무제한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최고의 의사 결정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 토론을 하는 학생, 유무죄 판결을 하는 판사, 직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 그 외의 일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와 맞닥뜨리는 모든 사람이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따라서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황에 맞는 제약, 규칙을 정하고 토론에 임해야 한다.
토론을 하기 전에 위 5가지 요건을 따져보면서 최적의 토론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이디어와 의견이 활발히 오갈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것도 토론의 일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