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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토론이란 무엇인가

by 토론왕 2023. 7. 27.

한국만큼 토론이라는 용어가 모호하게 쓰이는 나라도 없다. 수업에서도, 회의에서도 토론한다고는 하지만 토론을 토의, 논의, 대화 등으로 바꿔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수업에서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물으면 상당수 학생이 "둘 다 똑같은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이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토론과 토의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우리 문화와도 연관이 있고, 아카데미 토론으로 불리는 경쟁식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교육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토론은 토의, 논의, 대화 등과는 구분된다. 

토론이 활발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Debate'라는 단어가 토론의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학교 선생님 중에 몇몇은 '토론 수업이 경쟁심을 조장해 학생의 인격 형성에 독이 된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부는 '토론 수업이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에서 직급이 높은 분들 사이에서 토론은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맞지 않고 오히려 조직 내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반면, 신입 및 주니어 사원들은 토의 방식이 느슨한 회의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며, 좀 더 건설적인 의견과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토론 방식의 회의를 갈망한다. 간혹 직급이 높은 분 중에서도 소위 계급장을 떼고 토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도 팀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의 환경과 경험으로 인해 '토론은 나쁜 것이고, 토의는 좋은 것이다'라거나 그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토론과 토의에 대해, 그리고 이 둘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어서 생기는 오류이다. 이 둘은 서로 대립 관계가 아닌 협력과 보안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둘 간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할 때 토의와 토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토론과 토의에 대해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토의' 

토론과 가장 많이 혼용하는 단어이다. 토론이라는 단어 대신 자주 사용되지만 다른 목적과 방식이 있다. 따라서 두 단어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면 토론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토론과 토의 모두 집단으로 행해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최소 나를 제외한 1명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대개 4명 이상의 집단으로 토론, 토의 활동을 하게 된다. 동시에 모두 말로 하는 활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글쓰기나 TV 시청 등은 말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활동이지만 토론과 토의는 입을 통한 말로써 진행된다. 즉, 말을 매개로 하는 의사 결정 수단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또한 토론과 토의는 둘 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부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특정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가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형식을 갖춘 토론'이라고 풀어쓸 수 있는 토론 혹은 디베이트는 토론 준비 과정에서, 그리고 토론이 끝난 후에 토의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토론은 어떤 점에서 토의와 다를까? 먼저 사전적 정의를 통해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토론: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
토의: 어떤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협의함.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토의는 어떤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협의해 의견의 일치나 결정하는 활동이지만,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세워 그것의 정당함을 논하되, 의견의 일치나 결정은 하지 않는 활동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나눔의 과정이고, 토론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설득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둘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쟁점을 형성하며 서로를 설득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대립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이고,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협동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수업, 사내 회의, 동아리 활동 등에서 목적과 상황에 맞게 토의와 토론을 잘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토론은 팀원 간 준비, 사전 회의 등 토의 과정을 포함하며, 토의하다가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엄격한 형식의 아카데미 토론(경쟁 토론)을 제외하고는 현실에서 우리는 의견을 나누기 위한 '토의 양식'과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 양식' 사이를 오간다. 
좋은 토론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토론과 토의의 정의와 특징에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둘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의 쓰임새와 효과가 다양한데도 대부분은 토론의 효과를 거론할 때 일부 학습 효과에만 한정한다. 이를테면, '토론하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발표를 잘하게 되고, 독해력이 향상된다' 등 학습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와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토론은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준다. 토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안건, 현상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상을 여러 각도로 분석해 다양한 원인으로 쪼개고, 이 중에 대처할 수 있는 주요 문제를 선정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토론자의 논리는 부실할 수 없고 설득력 역시 떨어진다. 이처럼 토론은 자신의 고유한 사고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 명료한 문제로 바꾸도록 요구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직면한다. 어떻게 그 문제들을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기 능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